뭘 해도 안되는 날, 그리고 인내
최근 글이 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기분 또한 바닥으로 수직낙하했습니다.
글이라는건 기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지라, 커서가 깜빡이는 새하얀 편집창을 보면서도 선뜻 글을 써내려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주말동안 푹 쉬고 마음을 좀 가다듬으면서 컨디션이 어느정도 회복되었습니다.
기분이 언제 다시 다운될지 알 수 없기에, 그 전에 얼른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급하게 노트북을 켰습니다.
"MBTI, 얼마나 신뢰하시나요?"
MBTI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참조하는 정도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이어와 브릭 모녀가 만든 성격 지표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 테스트 기법은 원래 돈내고 해야했던 나름 전통과 신뢰도 있는 측정지표 중 하나였습니다.
검사항목이 적힌 테스트지 역시 선입금을 하지 않으면 배포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온 대한민국 사람들이 F냐 T냐를 따지고 있더군요.
(이게 제대로 유출된게 맞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이 들지만 굳이 맞냐 아니냐를 따지는게 큰 의미가 없기에 더 파고들지 않겠습니다.)
저는 MBTI성향으로 보면 I(내향성), N(직관형), F(감정형), J(판단형)입니다. 흔한 타입은 아니라고 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MBTI가 보편화되기 전인 약 5년전에 심리상담사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받은 지라 결과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네글자 중에서 주목해봐야할 건 바로 J입니다.
저는 나머지 I, N, F는 그럭저럭 중간에서 살짝 치우친 정도지만, J만큼은 정말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일상생활을 5분단위로 계획을 세우면서 해나가고 있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더라도 이동시간, 볼거리 1~N, 복귀시간, 취침시간을 5분 단위로 계획하고 움직이지요.
그나마 1분이 아닌 5분단위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계획이 틀어졌을때 정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있습니다.
살다보면 다양한 변수가 있고 매번 모든 변수가 계획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획이 틀어졌을때 그 불쾌감과 당혹스러움은 정말 참기 힘듭니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 요령이 생겨서 약 30분~1시간 정도의 일정은 중간에 끼워넣을 수 있게 계획을 짜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면 열심히 세워놓은 계획 전체가 뒤틀리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요즘 시국이 딱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계획 전체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던가, 잘 진행되던 일들이 갑자기 꼬여서 결국 뒷수습에 모든 시간을 다 잡아먹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기고 있습니다.
계획을 수정하거나 뒷수습을 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기껏 세워놓은 계획이 엉망이 되는 상황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찌할 수 없나 봅니다.
"스마트폰은 왜 또 말썽인지..."
심지어 저번주 금요일에는 갑작스럽게 스마트폰이 사망하셔서 더더욱 멘붕이었습니다.
진동은 오는데 화면이 새까맣게 변해서 요동을 안하더라고요. 카톡과 문자는 그럭저럭 테블릿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전화는 올때마다 누군지 확인할 수도 없고, 받을 방법도 없는 상황입니다.
제일 큰 문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컨트롤하던 금융망이 완전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1개의 월급통장을 두고 여러 서브 계좌를 나눠서 생활비, 경조사비 등등을 관리하는 스타일입니다.
특히 생활비 통장에는 가급적 한번에 큰돈을 넣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입금해서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요. 심지어 월급통장은 국민은행, 생활비 서브계좌는 카카오뱅크로 은행이 서로 다릅니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신경쓰지 않으면 월급통장에서 얼마를 사용했는지 감이 안오는 경우가 많아 부득이 그런 방식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입금이 막히는 바람에 당장 유동성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더더욱 문제인건...대부분의 결제를 삼성페이로 처리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는 점이겠네요.
토요일 아침에 급하게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지만...액정과 충전단자가 완전히 맛이 가버렸으며 수리비는 최소 30만원, 심지어 액정을 되살리고 나면 또 어떤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선고를 받았습니다.(추가되는 문제에 따라 비용이 가불되는 건 당연한 문제구요)
잠시 이참에 새 폰을 살까...고민하다가 사용하는 앱을 재인증받는 절차가 너무 귀찮을게 뻔해 우선은 살려보기로 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부품이 없어서 수리에 최소 3일은 걸린다고 하더군요.
급한대로 전에 썼던 폰에 USIM칩을 이식하여 쓰고있지만, 과거에 이걸 대체 어떻게 썼나 궁금할 정도로 불편한 상황입니다.(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구형폰은 갤럭시 S9입니다.)
참 이것저것 마음대로 안되는 상황이네요. 부디 스마트폰 사망사건이 제 불행의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