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일기장

AI 신사업과 자문회의 : 첫 위촉

잠자는보노보노 2023. 12. 1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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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지자체의 내년도 신사업 자문회의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아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전혀 친분이 없던 기관에서 뜬금없이 위원 섭외 요청이 와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추천에 추천을 거듭해 저한테까지 연락이 온 것이었습니다.

연말이라 다들 바쁘신지 자문위원 섭외가 쉽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덕분에 저한테까지 기회가 돌아온 것에 감사드리며, 냉큼 수락을 했습니다.

자문회의를 소집한 기관은 경기도의 모 시 산하 공공기관인데, 생성형 AI를 주제로 차년도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AI는 전문서적 몇권을 읽고 전문가가 자문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본 수준이라 심도있는 내용을 알지는 못했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기회라 주말 내내 관련 기사와 책을 탐독했습니다.

사실 제가 공부해간 분야는 AI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었는데, 회의에서 안건으로 오른 내용은 정확히는 '생성형 AI와 컨텐츠 산업' 이더군요.

기관 담당자가 미리 안건을 알려주시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기에 내심 큰일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기회가 있다면 꼭 사전에 안건을 알려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교수님 한분께서 좌장을 맡아 진행을 하셨고, 교수님께서 화두를 던지면서 답변할 대상을 지정하면 지목받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좌장을 맡은 교수님께서 아주 노련하셔서 진행을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많으신 분 같더군요.

보통 공공기관 자문회의에는 평상시 자주 초빙하는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한 두명씩은 있기 마련인지라, 그 교수님께서도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쨌든 기관에서 저한테 기대하는 바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신사업을 검토해주길 바라는 거였을텐데, 아쉽게도 저는 투자보다는 정책쪽에 관심이 많고 이야기거리도 더 많은지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외에도 다른 액셀러레이터 두 분이 참석하셔서 괜히 투자 얘기를 잘못 꺼냈다가 본전도 못건질 거라는 위기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심지어 그 분들은 대표이사 직함을 가지고 계셨기에 괜히 아는척 하는것 하다가 밑천이 드러날 바엔 아예 이쪽 분야는 입도 뻥긋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신 기관 담당자 입장에서 도움이 될만한 팁을 몇가지 말씀드렸는데, 실무자 선에서는 호응이 좋은것 같더군요.

다음은 질문과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한 것을 적당히 각색한 내용입니다.


Q. 생성형 AI가 뜨거운 감자다. 생성형 AI가 결합된 컨텐츠 산업의 전망은?

A. 생성형 AI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1인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어시스턴트들이나 주니어들이 맡아서 해왔던 일들을 생성형 AI가 대체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퀄리티는 시간이 갈수록 상향평준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스토리와 기획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프리랜서들을 규합해서 공장형으로 컨텐츠를 찍어내는 형태의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많은 후보자들 중 편집자가 인재를 선별하던 깔데기 형 시스템에서 수많은 콘텐츠 중 소비자가 직접 컨텐츠를 선택해 소비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Q. 기관에서 할만한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사업'은 무엇이 있는가?

A. AI산업을 크게 나누면 서비스와 인프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프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스타트업이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관 차원에서는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1인 기업에 공간을 제공하거나 기관의 시설에서 서비스를 직접 해볼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이 있다. 직접지원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웹/앱 서비스를 올릴 클라우드 서버 이용료나 SW Tool 이용료 등을 바우처의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Q. AI 관련 인재양성이 이슈다. 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육에는 어떤 것이 있겠는가?

A. 다들 AI교육이라고 하면 공학적 소양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AI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공학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코딩도 해준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공학교육을 더 한들 AI와 경쟁이 되겠는가?

미래의 핵심인재는 AI에게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이게도 인문학이나 기획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질문을 잘해야 AI도 적절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략 생각나는 질문은 이 정도네요.

제가 AI 전문가는 아니기에 답변 역시 다른 권위있는 교수님들이나 전문가의 이야기를 제 식대로 해석한 것에 불과합니다. 또 진짜 전문가가 보기에는 틀린 답변도 있을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속에만 꾹꾹 담아왔던 나름의 생각을 자문위원으로서 대중앞에 이야기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틀린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부담감도 심했구요.

그래도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또 기관의 담당자와 안면을 텃다는데 의의가 있겠죠.

지금까지 초대하는 입장에서 초대받는 입장이 되어 보니 새로운 재미가 있네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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