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일기장

창업에 도전하다

잠자는보노보노 2024. 5. 1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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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 글쓰는걸 잊고 살아서 티스토리 로그인조차 어색하네요.

약 2달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큰 변화인지라 현실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덜컥,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력 분야는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와 투자자문, 공장설립 컨설팅 입니다.

그 외에도 그 전부터 알바로 해왔던 정책보고서, 취업(자기소개서) 컨설팅 등 글로 할 수 있는 것들은 가리지 않고 해 볼 생각입니다.

 

살다보면 세상 모든 흐름이 나를 한 곳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가끔 받곤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런 흐름을 느낄때면 모든 것을 멈추고 흐름을 관조하거나, 혹은 흐름에 저항하며 앞으로 헤쳐나갔지만.

어쩌면 그건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라 뒤로 거슬러 올라간게 아닐까...하는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애당초 제가 안정적인 직장을 걷어차고 나온 이유는 그저 또 다른 보금자리에서 안주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새로운 곳에 발을 담그기에는 제가 가진 지식이 너무 작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돌아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형태만 조금 바꿔서 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준비했던 모든 일들이 사소한 이유로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처참하게 실패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몇 달을 고민하며 써온 기획안을 세절하면서 참 현타가 많이 왔습니다.

기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순간은 많았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았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실패로 규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실패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무엇보다 전에는 기획안이 휴지조각이 되어도 스스로 남는게 있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글자가 빽빽한 종이를 세절하면서 실패했다는 생각 외에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무기력과 후회속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거의 한달 반을 죽은 눈으로 버티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일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머리를 쉬게하기 위해 참석한 술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여럿 만났고, 그 분들과의 대화속에서 많은 영감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작년 말부터 이어온 고민의 끝에서 저는 마침내 다시 회사를 때려치고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끈기없는 자의 변명이라 들을 수도 있고, 패배자의 자기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제가 잘 다니던 공공기관을 나오면서 마음먹은 바는, "앞으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라는 공간에 묶여서 근로의 의무를 다하는 이상,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깨달았을 뿐입니다.

 

창업한지 이제 약 보름 정도가 지났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살만합니다.

누가 나를 써줄까 고민했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저를 찾는 손길이 있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업에 지원했던 몇몇 기업들과, 그 간 인연을 맺어온 교수님 몇 분이 리멤버에 명함이 바뀐 것을 보고 연락을 주시더군요.

전부터 글쓰는 솜씨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는 고마운 말씀과 함께, 몇가지 일거리를 받았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연말에 올해를 정산하며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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