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어 글쓰기를 잠시 멈췄습니다.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없었던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이번 글쓰기의 주제이기도한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공부를 하느라 글을 쓸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전 두편에 이어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 마무리를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자격증은 독립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소개를 하게 됩니다. 보통 그럴때는 김아무개라는 이름 앞에 어디어디 소속이라는 단어가 더 붙기 마련이죠. 이 소속은 자기소개의 상당부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속이 대단할수록 줄어드는 글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대학생들이 기를 쓰고 대기업, 공무원, 공공기관으로 가려는 이유도 아마 이와 같지 않을까요? 내가 누군지를 공들여 소개할 시간에 삼성전자 다니는 박아무개 과장, 중앙부처 소속 김아무개 사무관, 어디어디공사 이아무개 대리라고 소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를 경청할 준비를 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본질이 크게 다르지도 않겠지만, 돈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해서 기업(물주)의 이름을 대는것 만으로 대화를 시작하기까지 겪게 될 장벽을 상당 부분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이상 그 혜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저만의 브랜드를 갖춰야만 합니다. 개인으로서 저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홍보해야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직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줄 국가공인 자격증, 그 중에서도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박사나 노무사, 세무사 같은 고급 자격증을 따기에는 가성비로 보나 투입되는 자원을 생각해보나 여러므로 수지가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물론 경영지도사가 자원이 적게 투입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나요? 순 거짓말입니다"
작년 가을, 더위가 한풀 꺽이는 10월 즈음에 결심을 하고 시험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첫번째 난관은 영어였습니다. 저는 유독 영어에 약해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항상 영어가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
수능때도 영어가 평균등급을 거의 1등급 가까이 까먹었죠. 대학생이 되어 처음 본 토익점수는 제 신발 치수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론 세종대왕님이 만든 한글을 멀리하고 오랑캐의 언어를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며 영어를 기피해왔습니다.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면접이 도피생활의 가장 큰 조력자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국가공인 전문자격증은 영어 시험을 무려 '응시자격'으로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너무 거대한 난관을 만난 저는 그만 정신을 잃을뻔 했습니다.
급하게 토익 LC와 RC 문제집을 사서 풀어봤습니다. 다행히 제 신발 치수보단 잘나오더군요. 하지만 응시자격인 토익 700점은 요원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텔프라는 시험이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데도 응시자격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LEVEL2 65점을 넘기면 된다고 하더군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두번의 시험 끝에 72점으로 허들을 넘었습니다. 문법, 듣기, 독해로 이루어진 시험에서 듣기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문법과 독해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했던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에 돌입했습니다. 퇴근한 후 10시에 애를 재우고나서 새벽 2~3시까지 책을 봤지요.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새벽 3시 넘어 자는게 일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공부해야할 내용이 많더군요.
수험과목은 중소기업 관계법령, 경영학, 회계학개론, 기업진단론, 조사방법론 다섯 과목으로 평균 60점(40점 과락)만 통과하면 되는 시험이었지만, 다섯 과목중에 만만해보이는 과목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특히, 회계학개론은 정말 답이 없더군요.
책을 펴는 순간 바로 알았습니다. 아마도 회계는 수험기간 뿐만 아니라 자격증을 딴 뒤에도 나의 숙적이 되겠구나...
회계라곤 기껏 법인카드로 밥을 먹은 뒤 영수증 처리 밖에 모르던(심지어 그게 회계가 맞는지 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온갖 현란한 용어로 무장한 수험과목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솔직히 회계학은 반쯤 포기하는 느낌으로 개념만 깨우치고 가자고 했습니다.
중소기업 관계법령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저는 법학과 출신인데다 법 개정 업무를 했기에 나름 법과 친숙했지만, 수험에서 요구하는 것은 철저한 암기였지 학설과 3단비교표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암기에 너무나도 약합니다.
그래서 연습장을 펴놓고 법조문을 하나하나 정리했습니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죠.
그 외에도 조사방법론(을 빙지한 통계학) 이나 기업진단론도 저를 괴롭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히 경영학은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음에도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몸으로 체득한 지식을 이론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재미고 분량 하나만큼은 사정봐주지 않더군요.
저는 유튜브에서 공짜 강의를 통해 경영학 배경지식을 접했고, 이후에는 문제집만 냅다 파고들었습니다.
1000제, 2000제 같은 문제집들을 서너권 사서 그것만 계속 풀었습니다. 어차피 문제은행 식일테니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게 장땡이겠다 싶었죠.
어쨌든 결론적으로 평균 68.8점으로 1차는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기업진단론은 내심 자신있었는데 생각보다 충격적인 점수가 나왔습니다. 회계학과 조사방법론은 과락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봤는데 나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 관계법령은 죽도록 공부한 것에 비해 결과가 썩 좋지는 않군요.
유일하게 경영학만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었네요. 한 문제는 인간미를 위해 헌납했습니다.
앞으로 2주 후에 2차 시험이 있을 예정입니다. 다행히 올해 1차 합격자는 내년도 1차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한번에 깔끔하게 합격하는게 목표입니다.
조만간 2차 시험 결과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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