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리뷰에서 갤럭시탭 S8+를 다뤄봤습니다.
이번에는 태블릿PC와 한세트라 할 수 있는 터치펜, 그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이 깊은 라미 제품을 리뷰해보려 합니다.
1. 구매동기 및 경쟁 제품과의 비교
라미社는 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필기구 제조회사입니다. 라미 브랜드의 만년필은 그쪽 분야에 문외한이 저 조차도 한 번 쯤 들어본 명품이지요.
저는 잉크볼펜은 제트스트림 0.38mm 신봉자이며, 만년필은 잉크충전의 번거로움 때문에 선호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는 아날로그의 충실한 신도이기 때문에 펜은 반드시 검은색 잉크이며, 펜촉이 0.5mm이하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노트 대신 테블릿PC를 선택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터치펜에 익숙해져야 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품 S펜은 아무래도 일반 볼펜에 비해 가늘고 가벼워서 그립감이 썩 좋지 않더군요. 볼펜이라기 보다는 포인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쓸 때도 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래서 따로 터치펜을 하나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디지털노트&펜이라고 노트에 쓰면 테블릿PC에 그대로 옮겨주는 신문물이 있다고 하던데, 솔직히 테블릿PC를 쓰면서 굳이 노트를 한 권 더 쓰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거면 일반 노트와 볼펜을 사서 들고 다니는게 훨씬 싸게 먹히지 않을까요?
여하튼 삼성에서도 공식적으로 필기구 브랜드와 협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고, 공식 협업이 아니더라도 호환되는 제품이 생각보다 많기에 선택지가 넓습니다.
정품 S펜 대신 사용할만한 브랜드로는 오늘 소개하는 라미 외 에도 모나미와 터치펜계의 강자 와콤 등등이 있으며, 중소기업 제품도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랜드를 신뢰하는 편이며,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우선은 삼성전자와 공식적인 협업 관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중에서 선택하려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와콤과 라미가 물망에 올랐는데, 굳이 둘을 정의하자면 성능의 와콤, 디자인의 라미라 할 수 있겠군요.
와콤원펜의 경우 삼성전자 공식 사이트에서는 검색되지 않습니다만, 예전부터 삼성과 와콤의 밀월관계는 유명했기 때문에 거의 공식 협업 브랜드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보군에 올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필기구를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와 터치펜을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에는 꽤나 큰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와콤원펜은 필기구라기 보다는 전자제품에 더 가깝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와콤펜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지인을 통해 잠깐 체험을 해봤는데 아무리 써봐도 볼펜을 쥐고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S펜을 가로 세로로 조금씩 늘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림을 주로 그리시는 분들은 와콤펜이 필수라고 하는데, 저는 필기가 메인이라 펜을 돌릴 때 착 감기는 맛과 적당한 무게감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라미 펜은 제 니즈를 어느정도 만족시켜주고 더해서 멋진 외관은 약간의 허영심도 채워주더군요.
2. 사용후기
라미 알스타 S펜은 터치펜이기 이전에 볼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을 디자인 하신 분의 지상목표는 볼펜에서 잉크와 펜촉을 완벽하게 제거하는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해서 이 제품에 잉크와 펜촉만 넣으면 영락없는 볼펜입니다. 덕분에 저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사람도 거부감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볼펜으로서의 정체성을 취한 대신 전자제품으로서의 기능성은 어느정도 포기하셔야 합니다.
우선 펜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분리하고 윗부분에는 평평한 면을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손에 착 감기는 느낌과 함께 미끄러지지 않는 안정감을 줍니다.
대부분의 볼펜들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형태지만 터치펜들은 단독으로 사용될 일이 없는 태블릿PC의 부속 액세서리 느낌이 강하고 보관의 유용성까지 갖춰야 하기에 일직선으로 쭉 뻗은 디자인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거기다 제 뇌피셜이지만 터치펜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전자제품을 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에 필기구의 손맛을 간과한게 아닐까하는 사견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펜 본체만으로는 약간 가볍고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지만 펜 뚜껑을 꼬리에 끼우면 희안하게 무게중심이 딱 맞습니다. 아마도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뚜껑을 뒤에 끼우고 쓰는 걸 전제로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사용감은 꽤 좋습니다. 정자체로 쓰나 흘려쓰나 원하는대로 잘 나오는 편이고, 무게감이 있어서 펜을 돌릴때 손에 아주 착 감깁니다. 일반적인 고급 볼펜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점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가끔 펜팁과 실제 출력되는 선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정품 S펜을 사용할때도 나타났던 문제이기에 펜의 문제가 아닌 테블릿PC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칭찬은 이 정도 까지 하고, 이 블로그의 정체성인 단점 리뷰에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고정팁 입니다. 펜 뚜껑 측면에 끼워서 고정시킬 수 있는 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팁의 끝 부분이 살짝 위로 꺽여있습니다. 라미 제품군 중 일부가 이런 고정팁을 채용했던데 솔직히 불편합니다.
우선 펜을 테블릿PC 케이스에 끼워서 보관할 수가 없습니다. 위로 꺽인 부분때문에 케이스가 닫히지 않거나 테블릿 본체에서 떠버립니다. 때문에 반드시 펜을 따로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죠.
저는 다행히 가지고 다니는 서류가방에 펜을 고정하는 주머니가 있어서 거기 보관하곤 합니다만, 파우치나 백팩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이라면 펜을 보관하기 다소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애당초 왜 이런 디자인을 채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기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심지어 라미에서 생산하는 볼펜 중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납작한 팁도 있는데 말이죠.
제 추측입니다만, 고급진 느낌을 강조하려다 보니 만년필같은 포지션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년필은 제품 자체가 단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보니 노트에 붙어있기 보다 슈트 안주머니나 가슴 포켓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죠.
아마도 알스타 S펜도 그런 고급짐을 노린게 아닐까 싶은데...펜만 가지고 다녀도 가치가 있는 일반 볼펜, 만년필과 달리 터치펜은 테블릿PC나 스마트폰(그것도 9인치 이상의 대화면!!)과 떨어져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다음 버전에서는 부디 개선되기를 바래봅니다.
두번째로, 펜 꼬리에 뚜껑을 고정하는 위치가 굉장히 애매합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볼펜 본체에 각이 있기 때문에 펜을 잡는 위치도 대게 고정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볼펜을 잡았을 때 예의 고정팁이 반드시 윗쪽 45도 각도로 위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설명하기 어려운데, 고정팁이 반드시 손등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고 해야하나요.)
그런데 글씨를 쓰다보면 이 부분이 미묘하게 거슬립니다. 보통 볼펜이라면 완전히 둥근 유선형 몸체를 가지고 있거나 끝부분만 둥글게 만들어서 뚜껑을 빙글빙글 돌릴 수 있게 만들었을 텐데 알스타 S펜은 뚜껑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고정팁 부분을 밑으로 내릴 수도 없지요.
특히 위로 꺽여있는 부분 때문에 볼펜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한정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뚜껑을 빼고 쓰면 무게중심이 안맞죠.
볼펜뚜껑의 고정팁은 반드시 아래에 위치해야 만족하는 (저 같은)분이나 볼펜을 길게 잡으시는 분들은 이 펜을 쓰시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적응해나가는 중인데, 이 펜 고정팁만큼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군요.
세번째로, 지우개 버튼 위치입니다.
1번 단점과 2번 단점이 이 3번 단점과 합쳐져서 아주 환장의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노린게 아닐까 싶군요. 즉, 고정팁이 위로 꺽여있는 것과 펜뚜껑이 고정되는 것 때문에 펜을 잡을 수 있는 위치가 한정되어 버리고, 하필이면 그렇게 잡은 검지 부분에 지우개 버튼이 정확하게 들어옵니다.
아마도 의도한 바였을 겁니다. 지우개를 편하게 쓰라는 배려였겠죠. 문제는...펜을 쥐려고 검지에 힘을 주는 순간 그 버튼이 반드시 눌려져 버리고 맙니다. 때문에 의도치 않게 쓰던 글자가 지워지는 경우가 굉장히(!) 자주 발생합니다.
분명 전체적으로는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를 이긴 느낌인데, 왜인지 이 부분 만큼은 엔지니어가 디자이너를 이겨버렸군요. 어쩌면 디자이너 역시 찬성했을수도 있습니다.
가끔 쓰다보면 수정테이프가 달린 볼펜을 쓰고 있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통제가 잘 안되는 편이죠. 차라리 지우개 버튼을 좀 더 위로 달거나 옆으로 옮겼으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아예 볼펜 뚜껑 위에 센서를 달아서 뚜껑으로 문지르면 지워지는 방식으로 하던가 말이죠.(아이디어일 뿐이니 가성비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3. 총평 : ★★☆☆☆
좋은 터치펜인것은 확실하나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이 펜을 쓰기 위해서는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합니다. 정신줄을 놓고 펜을 잡는 순간 반드시 지우개 버튼이 눌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 쓰다가 갑자기 쓰던 글자가 지워지고 짜증을 내며 펜을 고쳐잡는게 반복되는군요. 아직까지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너무 사이가 좋으면 안된다는 걸 보여준 펜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하고 기능적으로도 나쁘지 않은데 이상한 쪽으로 시너지가 나는군요.
펜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꼴랑 고정팁 하나 때문에 수많은 장점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손이 작은 여성분이라면 사용감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디자인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제가 구매한 모델은 그라파이트 색상인데 이게 또 상당히 예쁩니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고려하신다면 저는 그라파이트 색상을 추천하겠습니다.
이상 라미 알스타 S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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