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공기관의 혁신 그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 이것저것 하고있는 것들이 많아서 포스팅이 늦어지네요.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글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글까지 왜 공공기관이 혁신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견 나누어 보았습니다.
저는 두가지 요인으로, 1. 명료하지 못한 혁신의 정의와 목적, 2. 민간기업과 다른 업무의 성격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혁신에 실패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드물게 성공한 경영인이나 대기업 출신 임원이 기관장으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그분들의 목적의식이 비교적 명료하고 이미 혁신을 경험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또, 꼭 민간에서 초빙해오지 않더라도 부처의 고위공무원쯤 하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엘리트중에 엘리트이기 때문에 기관의 속사정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시고 처방을 내리곤 하죠.
그런데도 혁신에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혁신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3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바로 그 이유, 바로 저항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 기관의 장이라 하면 수많은 직원을 이끌고 기관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룰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보다 그런 카리스마있는 기관장의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의 채용 프로세스도 많이 투명해졌기에 기관장이 마음대로 낙하산을 꽂아넣는 행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하지만 언제나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는 법...)
때문에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기존 직원들의 조력을 받으며 기관을 장악해나가고 경영을 해나갑니다.
바로 여기에 큰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당신의 옆에 있는 그 직원이 바로 가장 큰 저항세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서류 몇개를 받고 안받고 조차도 기존 관행을 바꿔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관행이라고도 불리는 그 일은 바로 기존 직원들이 뼈를 갈아가며 해왔던 일들입니다.
누구도 자신의 업적을 부정당하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공기관 직원들도 마찬가지죠.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더더욱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고 그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금기에 가깝습니다.
심지어...기존의 업무체계를 만든 사람은 바로 기관장의 바로 옆에서 조력을 제공하는 그 '기존 직원'들입니다.
그들이 그 업무를 만들고 가꿔왔으며, 그 공으로 승진해서 그 자리에 와 있죠.
그렇기 때문에 대게 '혁신안'은 기존에 해 왔던 것을 포장만 새롭게 하고, 흐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사소한 것들을 추가하거나 빼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이 나태해서가 아닙니다. 결재권자들이 모든 것을 바꾸는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기관장의 혁신을 보좌해야할 직원이 아이러니하게 가장 큰 저항세력이 되는 것. 그것이 공공기관이 혁신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적쇄신을 병해하면 혁신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기관장을 보좌하는 임원진, 통칭 본부장들은 모두 물갈이 해야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쨌든 본부장들은 그 기관에서 가장 오래 일해오고 기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젊은 피를 수혈해봤자 기존 본부장들의 영향력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지요. 오히려 경험없는 젊은 피가 관행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실패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합니다.
만약 그 모든 저항을 무자비하게 제압하려 한다 하더라도, 그 시도는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사실상 신입직원을 제외하곤 전부 잠재적 저항세력인데 대체 어디까지 제압해야 할까요?
지루한 정치게임을 계속해서 끌고 가다보면 임기말까지 원하는 혁신 근처에도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보면 혁신이란 합리성보다 감성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관장이 추진하려는 혁신이 본부장과 팀장들의 업적을 부정하려는게 아니라는 점, 기존의 관행을 모두 나쁜 것으로 바라보는게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혁신이 시작될겁니다.
저항세력을 다독이면서 원하는 바를 이룩하는 관록. 그것이 혁신하고자 하는 기관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입니다.
이 글, 공공기관의 혁신은 사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글감 중 하나였습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만든 청년이사회,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집하겠다고 만든 혁신 공모전.
매번 지겹게 반복되는 혁신 이야기, 거의 모든 기관에서 동일하게 나오던 아이디어를 바라보며,
또 열정적인 신입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팀장, 본부장으로 구성된 통칭 '혁신위원회'에서 무참하게 탈락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어쩌면 공공기관에서 혁신이란 영원히 불가능한게 아닐까 고민해왔습니다.
바쁜 분들이 이 글을 읽을 일이 많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기관을 경영해나가는 누군가가 이 글을 한번쯤은 정독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이런 생각도 있다는 것을 무심하게라도 훑어 봐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다음에는 또다른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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