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을 다니다 보면 매년 꼭 한번씩은 듣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혁신' 입니다.
공공기관에서 매번 반복되는 월례조례, 주간회의에서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법의 단어는 바로 '혁신'입니다.
기관장은 끊임없이 혁신을 주문하고, 부서장, 팀장도 직원에게 혁신하라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혁신의 이름을 붙인 조직이 따로 있기도 하지요.
기관장이 주재하는 회의는 대게 혁신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나태함, 기강해이에 대해 성토하다가 기관이 위기임을 강조하면서 끝나곤 합니다.
이런 자리가 정말 혁신에 도움이 되는지는 둘째치고, 왜 공공기관 직원들은 당최 혁신하지 못할까요?
직원이 나태해서? 다들 기강이 해이해져서? 진정 국민을 생각하지 않아서?
오늘은 공공기관에서 혁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털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혁신이란 기존의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다"
- 피터드러커-
기업이 혁신해야한다는 명제는 감히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절대 진리입니다. 혁신하지 못한 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사례는 정말 셀수도 없이 많습니다.
굳이 모두가 알만한 모토롤라사의 사례를 소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 명제는 참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과연 어떨까요? 공공기관에도 위 명제가 적용될 수 있을까요?
공공기관은 기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부기관이기도 합니다.
공기업을 포함하여 공공기관의 미션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다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둘의 최종목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는 하늘과 땅차이만큼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습니다.
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되짚어보고 명제가 참인지, 부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는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매번 혁신을 입에 올리는 기관장님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조직에 정말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부서장들은 지금부터 제시되는 다음 세가지 질문에 반드시 답을 해야만 합니다.
1. 당신이 생각하는 혁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혁신의 대상은 무엇인가?
2. 왜 혁신해야하는가?
3. 어떻게 혁신해야하는가?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하죠.
1. 혁신은 무엇인가? 그리고 혁신의 대상은 무엇인가?
우선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 입니다.
혁신은 무엇인가? 혁신의 대상은 무엇인가?
'혁신'을 외치는 수많은 기관장 중에 스스로가 생각하는 혁신의 정의에 대해 언급하는 기관장은 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혁신은 과정이자 결과이며, 그 자체로 좋은 것" 정도가 제가 느낀 혁신이었습니다. 전혀 정체를 짐작할 수 없죠.
그런 상황에서 조직원들은 모두가 기관장이 생각하는 혁신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립니다.
누군가는 기존에 있던 관행을 개혁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신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혁신이라 합니다. 난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명쾌하게 정리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그 모든 것이 옳다는 탕평파도 등장하지요.
그리고 본부장과 팀장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혁신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을 올망졸망 쳐다만 보고 있는 조직원을 데리고요.
그렇게 산 하나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에 외칩니다. "이 산이 아닌가벼!"
"기관장의 모호한 한마디에 모든 조직원이 불로초를 찾아 헤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인지하는 것을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영자의 가장 큰 숙제이자 첫번째 목표는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단어의 나열 내지 형상물로 치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미션과 비전이라고 하는데, 조직원들은 경영자가 이야기하는 미션, 비전을 보고 조직의 목표와 행동양식을 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조직원들이 혁신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관장이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의 정의에 대해 조직원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죠. 그것은 각 조직을 이끌고 있는 본부장들이나 팀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이 무엇인지, 혁신을 하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지만 조직원을 혁신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이른바 불로초 찾기가 시작되죠.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것을 반드시 찾아야만 합니다.
"혁신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혁신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 위해 우선 혁신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혁신적이라는 말에는 수많은 의미가 있지만, 저는 혁신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본질은 바로 '파괴적인 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세상에 없었던 제품을 만들어내거나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혁신적이라 평가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기존에 있었던 대로 만들어진 제품, 기존에 있었던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아이디어를 혁신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바꾸는 것을 가르키는 단어는 따로 있습니다. '개선' 내지는 '개량'이 그것이지요. 단순히 조금 개량되었다고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습니다.(물론 개량을 거듭한 끝에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혁신은 기존의 것들을 부정하는 파괴적 창조를 통해 태어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혁신을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파괴적 행위"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제 정의에 찬동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의 의미가 머릿속에는 명확히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불로초를 찾기위해 의미없는 행위만을 반복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무엇을 혁신해야 할까요?"
빠르고 과감한 혁명이 있는 반면,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변혁이 있습니다. 모두가 혁신입니다. 따라서 속도는 혁신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닐 겁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부수고 다시 만들지를 결정하는 일 입니다.
무겁고 느린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킬 것인지, 기존에 하던 사업들을 과감하게 리뉴얼할 것인지, 업무 프로세스를 단축시켜 국민의 기다림을 줄여줄 것인지.
수많은 혁신의 대상과 방법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불행히도 조직이 가진 자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관장은 무엇을 최우선적으로 혁신해 나갈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줘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직원들은 제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을 하다가 소진되고 말겠지요.
그리고 이것이 조직이 혁신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조직의 혁신은 명확한 방향성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전사(全社)가 집중해야 가능한 과업입니다.
아무렇게나 중구난방 뻗어나가서야 원하는 혁신을 이룰 수도 없고, 설사 이루었다 하더라도 빠르게 무너져내리고 말 것입니다.
과연 지금 이 글을 읽고있(을지도 모르)는 기관장님 머릿속에는 혁신의 정의와 우선순위가 명확히 셋팅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고, 다음에는 왜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털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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