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경영지도사 시험에 낙방한 이후 아무래도 전만큼 공부할 의욕이 나질 않는군요.
내년 시험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만큼 공부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1년을 더 공부에 매진하느니 그 시간에 경험을 쌓는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고,
더불어 결과발표를 기다리면서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부업들이 어느정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시작한 탓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저는 예전부터 이상하게 시험운이 없는 편인지라 공부한 것에 비해 시험점수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는 점도 저를 방황하게 만드는 요인이겠네요.
어쨌든 성격상 한번 시작한 일인 만큼 끝은 볼 생각입니다. 다만 제 개인의 브랜드 파워, 네임밸류를 올리기 위한 길이 꼭 경영지도사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제2의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영컨설팅을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수진기업 대표님에 비해 뛰어난 면이 있어야 함은 당연할 것입니다.
특히나 제가 거주하고 주로 활동하는 대전 지역은 기업 대표님들이 기본적으로 박사학위를 장착하고 계시기에 여기서 계속 활동하려면 최소 레벨은 맞춰줘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에 비해 업무도 널널한 편이라 워라밸이 확보되었기에, 대학원에 진학하기엔 최적의 타이밍이 아닌가 합니다.
(우스갯 소리로, 대학원은 생전에 죄를 지어야 가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스스로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제 죄가 깊고 크긴 한가봅니다.)
다만, 아무래도 저의 최종 목표는 학위와 동문 네트워크일 뿐이고 학계에 남겠다는 생각은 크게 없기에 가성비를 안따질 수가 없더군요.(물론 산학중점교수에는 조금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운 전략이, 석사로도 어느정도 활동이 가능하고 후에 박사까지 노려볼 수 있는 MBA를 이수해보자...였습니다.
다만, 이 전략은 몇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1. 직장병행이기 때문에 야간(특수)대학원이어야 합니다.
2. 와이프의 가사부담이 커지는 것은 어쩔수 없으므로 와이프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합니다.
3. 학위 취득 후 석사의 신분으로 충분히 활용가능해야 합니다.
1번의 조건은 어차피 MBA의 대부분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야간 대학원이기에 해결이 되었습니다.
2번의 경우 생각보다 와이프가 순순히 동의해주더군요. 제 와이프지만 참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 사람입니다.
3번이 문제인데, 학위과정 중에 다양한 수련을 거치고 학위 취득 후 즉시 컨설팅 업계에 투입가능한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석사를 취득했다고 전문성을 인정받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학교의 네임밸류와 네트워크를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을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가능하면 학위과정 중에 멘토링이나 직접 컨설팅에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전에서 이런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대학원이 몇 없기에, 자연스럽게 충남대 경영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얼렁뚱땅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면접때 영어 테스트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잔뜩 쫄아 있었습니다. 영어는 저의 영원한 적이거든요.
당일 면접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외관으로만 판단건데, 다들 연배가 있어 보이더군요. 제가 조금 어린 축에 속하는 것 같았습니다.
면접은 세명이 한조가 되어 보았습니다. 교수님 두분께서 질문을 하셨는데 주로 지원동기, 학습계획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자리 앞에는 카드가 놓여 있었는데, 카드를 뒤집어보니 꼬부랑 글씨가 잔뜩 쓰여있더군요.
그걸 읽고 해석하는게 영어 면접의 정체였습니다.
그래도 나름 독해는 자신있는 편인데다, 다행히 제가 가장 마지막 순번이어서 다른 두분이 테스트를 보는 동안 내용을 해석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수소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던것 같은데,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가 몇개 나와서 정확한 해석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얼결에 면접을 보고 와서 일주일 후,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여러분, 저 대학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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