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일기장

창업 스토리 : 보수와 성과물 품질의 함수

잠자는보노보노 2024. 9. 1.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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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창업했을 때는 당장 다음달은 어떻게 하나 고민했지만, 정작 지금은 들어오는 일을 어떻게 하면 쳐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야할지, 초심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야할지 아리쏭하군요.

 

아무튼, 4월말에 창업하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나를 알리고 일거리를 따 올 수 있을지 생각했다면, 지금은 따온 일들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쟁이의 삶이 늘 그렇듯 하루의 꽤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냅니다. 자료를 찾고, 내용을 요약해서 표로 예쁘게 가공하고, 그렇게 정리된 내용에서 시사점을 뽑은 다음, 거기에 제 의견을 살짝 덧붙여서 보고서를 만듭니다.

기관에서 근무할 때 지겹도록 해왔던 일들이고, 또 컨설팅사들이 가져오는 컨설팅 보고서 역시 지겹도록 봐 왔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아래한글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 역시 이골이 났기에 아예 책 한권을 편집까지 포함해서 써 낸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퀄리티를 대체 어느 수준에서 타협할 것인지 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써내는 글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정말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에 보고서를 발행하곤 했습니다.

물론 고객은 매우 만족했고 다음에도 거듭 비슷한 의뢰를 해 왔습니다만, 계속 그 가격에 그정도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더군요.

 

의외로 컨설팅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제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수많은 근거들과 숫자들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은 제 입맛에 딱 맞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더러, 대부분 정부기관의 보고서들이다 보니 거시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용을 들여서 논문 또는 다른 컨설팅 기관의 유료 발행물을 사 보거나, 어떤 경우에는 제가 직접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

설문조사를 할 때도 패널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꽤 나가는 편입니다. 인터뷰 조차도 커피쿠폰 하나 정도는 쥐어줘야 협조가 잘 되는 편이죠.

주변에서는 그렇게까지 돈 들여서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지만...저는 약간 예술가의 성향이 있어서 제가 욕먹는건 참아도 제가 쓴 보고서가 까이는 건 도저히 못참겠습니다.(그것 때문에 잘 다니던 기관을 때려치고 나온 감도 있네요.)

 

그렇게 예술가 마인드로 몇 개월을 보내다보니  약간의 현타가 왔습니다. 분명히 거금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이익이 많이 남지 않아서요.

차분하게 어느 정도의 의뢰비를 받아야할지 계산해봤더니 지금 가격의 2.5배는 받아야 그나마 제 손에 남는게 있겠더군요.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가격을 대폭 올리자니 의뢰주들이 반발할 게 뻔해보였습니다.

컨설팅할 때 대표님들께 그렇게 가격의 중요성을 설파해놓고 정작 자신의 가격 설정에 실패하다니...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사업 소개자료 의뢰비 항목의 숫자를 슬며시 수정하면서 또다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가격을 제시했을 때 고객이 납득해 줄것인가? 다른 컨설팅사들과 비교해서 경쟁력있는 가격일까?

지금까지 가성비를 내세워 영업을 해왔는데 이제와서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하자니 이것저것 고민이 깊어지네요.

그나마 사업 초기인 만큼 프로모션이었다고 우겨볼까...컨설팅 보고서가 몇 권 나왔으니 레퍼런스를 보여주면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조금 들고요.

저 역시 경영자의 마음을 조금씩 깨우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은 벌써부터 눈만 높아진 건 아닐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퀄리티를 포기 못하겠다면 가격이라도 올려받아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군요.

 

어쨌든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상황입니다.

제 스스로 가격을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게 창업의 또다른 묘미 아닐까요?

다음에는 제가 초기고객을 확보했던 경험을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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