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왜 자신의 사업은 특별할까?

잠자는보노보노 2023. 9. 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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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몸담고 있던 공공기관을 떠나 액셀러레이터로 새롭게 출발한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은 병아리 투자자이자 기업을 육성하는 입장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는 중입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저는 종종 투자 받기를 희망하는 젊은 대표님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었던 때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만나는 지금이나 듣는 이야기들은 거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체로 그분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기술이 얼마나 차별화되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고객(주로 대기업의 CI를 강조하면서)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가슴벅차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솔직히 흥미는 있습니다. 저는 기술에 호의적인 편이고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되어 가는지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젊은 대표님들의 열정은 얼마나 높은지 그 분들의 말씀을 듣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될 것 같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듣는 모든 사업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저는 아무래도 투자자로서는 실격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희망과 벅참도 대표님의 입에서 이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모든 관심이 사그라드는걸 느낍니다.

 

"우리 아이템은 특별합니다."

 

사업가로서, 기술자로서 본인의 아이템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닙니다.

특히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은 해당 분야에 오랜 기간 몸담았다가 창업하시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 특별함이 지나칠 때 입니다.

본인의 아이템이 세계 최초라며 곧 시장을 독점할 거라고 열정적인 웅변을 펼치시는 분들 앞에 불과 5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에 구글을 통해 검색한 결과를 보여드리면 어떤 반응을 보여주실까요?

공공기관에서 봤던 모습은 대체로 기존 기술이 왜 열등한지, 우리 기술이 왜 더 특별한지를 특별히 공들여 설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미에 항상 "슬슬 한두명씩 고객들이 알아봐주고 있고, 조금만 고객을 더 설득하면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그 알아봐주는 한 두명의 고객들로 국내 모 대기업들을 슬며시 거론합니다.

물론 심사위원들은 이미 흥미를 잃은 뒤였지만요.

 

"나에게 특별함이 남에게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해도 그게 곧 시장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되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사업계획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그 훌륭한 기술이 어떻게 돈이 되는지는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분들은 이 혁신적이고 훌륭한 기술에 왜 투자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제 짧은 경력으로 봤을 때도 정말 돈이 될 것 같은 사업들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획기적인것 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하면 될 것 같은 그런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데는 예외없이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주변에 같은 직장에 있다가 먼저 VC심사역으로 가신 분들이 몇 있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보는 눈은 비슷한것 같습니다.

투자심사역에게 조차도 설득이 필요한 아이템이라면 고객은 굳이 설득당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죠.

 

저 역시 동의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찰나의 순간에 설득을 위한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될 성 싶은 아이템은 처음부터 빛이 나기 마련입니다. 원석을 쥐어주고 이게 다이아몬드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봐야 거기 투자할 사람이 몇이나 될 지 의문입니다.

 

정말 투자를 원하신다면,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신다면 우리 사업에서 "특별함"을 조금 빼야하지 않을까요?

투자자든 고객이든 장대한 설명이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보다는 직관적이고 알아듣기 쉬운 버전 2가 더 잘먹힐거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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